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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글날이 돌아오면 우리는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의 가치를 되새기곤 합니다. 하지만 "한글은 국보일까요, 보물일까요?"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문자 자체와, 그 창제 원리를 기록한 책은 전혀 다른 대상이며 각각 다른 등급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이번 특집편에서는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과 보물 언해본의 차이, 그리고 여기서 흔히 오해하기 쉬운 부분까지 정리해보겠습니다.
▮ 1. 한글의 창제 원리를 밝힌 최초의 원본, 국보 《훈민정음》해례본
해례본의 구성 — 예의과 해례, 정인지 서문
훈민정음 해례본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원리와 사용법을 집현전 학자들이 한문으로 집필한 책입니다. 세종이 직접 지은 창제 이유와 사용법인 '예의' 부분, 자음과 모음의 창제 원리를 설명한 '해례' 부분, 그리고 정인지의 서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해례 부분에는 자음과 모음이 사람의 발음 기관과 동양 철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설계되었다는 내용이 논리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500년 만의 발견과 간송 전형필의 수호
해례본은 1940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발견되기 전까지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간송 전형필은 책 주인이 부른 값 1천 원의 열 배인 1만 원을 지불하고 해례본을 구입했는데, 이는 당시 기와집 10채 값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습니다. 정보를 전해준 두 사람에게 사례금 1천 원을 더한 총 1만 1천 원을 치른 것으로 전해집니다. 제가 이 일화를 공부하며 느낀 것은, 일제가 한글 사용을 억압하던 시절 한 개인의 결단이 없었다면 해례본이 영영 사라졌을 수도 있었겠다는 아찔함이었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 창제 원리를 한문으로 기록한 책으로, 1940년 발견되어 간송 전형필의 노력으로 지켜졌으며 1962년 국보로 지정되었습니다.
📖 용어 정리
· 해례본(解例本): 문자의 창제 원리와 예시를 담은 원본 책으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 간송미술관: 전형필이 사재를 들여 지켜낸 문화유산을 보관하는 곳입니다.
📌 핵심 정리
· 해례본은 1446년경 완성되어 1940년 안동에서 재발견되었습니다.
· 간송 전형필이 기와집 10채 값을 치르고 구입해 지켜냈습니다.
· 1962년 국보로 지정되었고,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 2. 백성들의 눈높이에 맞춘 번역본, 보물 월인석보 속 언해본
"나랏말싸미…" 구절의 진짜 출처
교과서에 실린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라는 구절은 사실 국보 해례본이 아니라 훈민정음 언해본에 실려 있는 문장입니다. 한문을 몰라 억울함을 겪는 백성들을 위해, 조선 왕조는 《훈민정음》의 예의부분을 한글로 풀이하여 백성들이 쉽게 만든 번역본을 펴냈는데 이를 '훈민정음 언해본'이라 부릅니다. 언해본은 단독 책이 아니라, 세조 5년(1459)에 간행된 《월인석보》 제1권 권두(앞부분)에 수록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해례본과 언해본, 등급이 다른 이유
해례본은 한글 창제 원리와 철학을 온전히 담은 원본으로 학술적·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아 국보로 지정되었고, 언해본은 이를 백성들이 이해하도록 번역한 중요한 자료이지만 성격이 달라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언해본이 실린 《월인석보》 권1·2(서강대학교 소장본)는 1983년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 구분 | 훈민정음 해례본 | 훈민정음 언해본 |
|---|---|---|
| 문자 | 한문 | 한글 번역 |
| 지정 등급 | 국보 | 보물 |
| 소장처 | 간송미술관 | 서강대학교(월인석보 권1·2) |
훈민정음 언해본은 해례본의 서문을 한글로 번역한 것으로, 《월인석보》 권1에 실려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해례본과는 원천 가치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 용어 정리
· 언해본(諺解本): 한문 원문을 한글로 풀어 옮긴 번역서입니다.
· 월인석보(月印釋譜): 세조 때 간행된 석가의 일대기를 담은 한글 불경입니다.
📌 핵심 정리
· "나랏말싸미…" 구절은 해례본이 아닌 언해본의 문장입니다.
· 언해본은 《월인석보》 권1의 권두(앞부분)에 수록되어 전합니다.
· 언해본이 실린 월인석보 권1·2는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 3. 문자 '한글'과 기록물 '훈민정음', 지위가 다른 이유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책'입니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한글이라는 문자 체계 자체가 아니라, 창제 원리를 기록한 실물 책인 '훈민정음 해례본'입니다. 세계기록유산은 종이나 목판 등에 고착된 물리적 기록물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손에 쥘 수 있는 책만 등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한글' 문자 자체는 아직 국가무형유산이 아닙니다
흔히 "한글은 국가무형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정확한 정보가 아닙니다. 한글이라는 문자 체계 자체는 지금까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적이 없습니다. 2024년 11월, 국가유산청이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한 것은 '한글'이 아니라 '한글서예'입니다. 한글서예는 한글을 붓으로 쓰는 행위와 그에 담긴 전통 지식을 가리키며, 온 국민이 향유하는 문화라는 점에서 특정 보유자를 지정하지 않는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조사하며 느낀 것은, 널리 알려진 상식도 한 번씩 원출처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훈민정음 해례본이라는 책이며, 한글 문자 자체는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적이 없고 2025년 '한글서예'라는 별도 종목만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 용어 정리
· 세계기록유산: 물리적 기록 매체를 대상으로 하는 유네스코 등재 제도입니다.
· 한글서예: 한글을 먹과 붓으로 쓰는 행위와 전통 지식으로, 2025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 핵심 정리
·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은 한글이 아니라 훈민정음 해례본이라는 책입니다.
· 한글이라는 문자 체계 자체는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적이 없습니다.
· 2025년 지정된 국가무형유산은 '한글'이 아닌 '한글서예'입니다.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과 보물 언해본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만, 원본과 번역본이라는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등급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리고 흔히 오해하는 것과 달리, 한글이라는 문자 자체는 아직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았고 2025년 지정된 것은 '한글서예'라는 별도의 문화입니다. 한글날의 의미를 기릴 때, 이러한 정확한 사실관계까지 함께 알아두면 우리의 역사 상식도 한층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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